항구 장부에서 남은 한 무더기, 탄소도 똑같이 남습니다
항구 사무실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밤이었습니다. 저는 컨테이너가 어디로 갔는지 장부를 맞추고 있었어요. 마당에 남은 것도 있고, 내륙 창고로 간 것도 있고, 바다로 나간 배에 실린 것도 있죠. 한곳씩 세어야 관리가 됩니다.
근데 부두마다 장부가 따로였습니다. 크레인 연료 쓴 기록, 시멘트 야적장 기록, 마당에서 대충 센 수, 창고 담당자가 추정한 수. 대부분은 얼추 맞는데, 꼭 조금이 남습니다. 그 남은 무더기가 어디서 샜는지 신호를 줍니다.
어느 해 장부는 최근 연도까지 내용을 갈아 끼우고, 움직임이 갑자기 둔해진 해는 빠른 추정치도 얹었습니다. 해마다 비교가 되게 기준도 맞췄고요. 연료와 공장 쪽은 에너지와 시멘트 기록을, 공기 쪽은 직접 잰 값을, 바다와 땅 쪽은 여러 계산을 모아 흐름을 그렸습니다.
재밌는 건 내륙 창고 보고 방식이 바뀐 겁니다. 하루 끝에 남은 순수 변화만 적지 않고, 빠져나간 양과 들어온 양을 따로 적기 시작했어요. 숲을 베며 나온 것과 다시 자라며 빨아들인 것을 갈라 보는 셈이죠. 겉으론 잠잠해도 안에서 크게 오갈 수 있거든요.
시멘트 쪽 장부도 살짝 고쳤습니다. 시멘트는 시간이 지나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조금 다시 붙잡을 수 있대요. 항구로 치면, 어떤 컨테이너 안감이 조금씩 새는 액체를 흡수하는 걸 뒤늦게 알아챈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양이 조금 줄어듭니다.
오래 쌓인 장부를 합치면, 들어온 컨테이너의 꽤 많은 몫이 마당에 그대로 남고, 바다와 창고도 제 몫을 가져갑니다. 어느 해엔 공기 속 이산화탄소가 410ppm까지 올랐고, 큰 산불이 땅에서 나온 양을 밀어 올리기도 했죠. 한 해 잠깐 느려져도, 매일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총재고는 계속 불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