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창을 뚫는 도구가 까다로웠던 이유
광장 축제 천막 아래에서 자원봉사자가 두꺼운 포스터에 네모 창을 뚫고 계셨어요. 손프레스는 쉬워 보이는데, 얇은 띠 두 장을 끼우지 않으면 종이만 꾹 눌리고 안 뚫렸습니다. 무늬 띠는 흐물거리고, 받침 띠가 있어야 딱 잡혔거든요.
그 까다로운 프레스가 세균 속 Cas9이라는 도구랑 닮았습니다. Cas9은 안내 역할을 하는 작은 RNA를 들고 DNA를 자르는데, 작은 RNA 한 조각만 있으면 목표 DNA를 안정적으로 못 잡는 일이 많았습니다. 템플릿이 자꾸 미끄러지는 것처럼요.
재밌는 건 Cas9이 작은 RNA 두 조각이 짝으로 붙어야 제대로 움직인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조각(crRNA)은 무늬 띠, 다른 조각(tracrRNA)은 그 무늬를 빳빳하게 받쳐주는 띠입니다. 둘이 붙으면 Cas9이 DNA를 꽉 잡고 자르는데, 마그네슘이 있어야 잘 됩니다. 한 줄 takeaway: 안내자는 한 조각이 아니라 두 조각이 합쳐진 모습입니다.
짝 안내자가 있어도 Cas9은 아무 데나 바로 물지 않습니다. 먼저 PAM이라는 아주 짧은 표식을 옆에서 확인해요. 포스터에 찍힌 등록 표시 같은 겁니다. PAM을 찾으면 그 근처부터 글자가 딱 맞는지 엄격하게 보고, 멀어질수록 몇 글자쯤은 어긋나도 지나가기도 합니다.
Cas9이 마음을 정하면 DNA의 두 가닥을 모두 끊습니다. 도구 안에 칼날이 두 개 있어서, 한 칼날은 안내 무늬와 맞는 쪽을 자르고 다른 칼날은 반대쪽을 자릅니다. 자르는 위치도 PAM에서 일정한 거리쯤으로 반복돼서, 프레스가 표시 근처를 늘 비슷하게 뚫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들고 다니기 쉬운 버전이 나왔습니다. 두 개의 RNA 띠를 한 장으로 이어 붙여도 작동할 수 있었거든요. 무늬 띠와 받침 띠를 한 장으로 코팅해 끼우는 셈입니다. 근데 어떤 모양은 잘 되고 어떤 모양은 안 돼서, 접히는 부분이 그냥 장식이 아니라 잡는 손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Cas9 종류마다 잘 맞는 안내자 모양도 조금씩 달랐고요.
천막 아래 프레스처럼, Cas9도 규칙이 분명했습니다. 모양이 맞는 안내자, 옆의 PAM 표식, 그리고 안쪽의 두 칼날이 함께 있어야 두 가닥을 예측 가능한 자리에서 끊습니다. 전엔 운 좋게 맞기를 바랐다면, 이제는 템플릿을 바꿔 끼우듯 원하는 DNA를 겨냥할 수 있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