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목록 맨 위가 매년 비슷해지는 이유
축제 사무실 불이 어둑한데, 개발자가 접수된 영화들을 한 번에 줄 세우는 버튼을 누르셨어요. 자원봉사자분이 화면을 보다가 말하셨죠. “작년에 그 조용한 단편 같은 목소리가 안 보이네요.” 영화제는 그대로인데, 줄 세우는 방식과 규칙이 바뀐 거였어요.
팀이 영화 한 편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가 봤어요. 공고를 누가 보느냐, 빠른 걸러내기에서 누가 떨어지느냐, 마지막 초대는 누가 받느냐, 그리고 상영 뒤 반응이 다음 해 줄 세우기에 어떻게 섞이느냐. 초대만 공정해도, 앞문과 되돌림이 다 망칠 수 있더라고요.
기울어지는 힘은 악의 없이도 생겼어요. 유명 학교나 큰 제작사에 더 눈이 가는 분위기, 아는 사람 소개에 기대는 관성, 돈과 시간이 부족해 계속 만들기 힘든 현실도요. 괴롭힘이 걱정돼 공간을 피하거나, 돌봄이나 병 때문에 공백이 생기거나, 멀리 못 가는 일도 겹쳤고요. 도구도 어떤 얼굴, 말투, 언어에 더 잘 맞을 수 있었어요.
공정함을 보려는데, 질문이 서로 달랐어요. 초대 비율이 비슷한가, 점수가 똑같이 맞는가, 어떤 사람들은 목록 아래로 밀려 아예 ‘보이지’ 않는가, 과정이 예의 있고 한결같은가. 겉으로는 초대 비율이 괜찮아도, 늘 첫 페이지가 좁으면 손해는 순위 속에 숨더라고요.
고치는 방법도 길목마다 달랐어요. 접수 전에 이름 같은 단서를 가리거나, 줄 세우는 도구가 배울 예시를 다시 섞을 수 있었고요. 줄 세우는 동안엔 얼굴이나 말투 같은 쉬운 지름길에 덜 기대게 할 수도 있었죠. 목록이 나온 뒤엔 첫 페이지부터 일정한 다양성이 보이게 다시 배열할 수도 있는데, 그땐 민감한 정보를 알아야 해서 사생활과 규칙에 걸릴 수 있었어요.
재밌는 건, 기록은 앞단에만 잔뜩 남는다는 점이었어요. 초대 뒤에 누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돈을 벌었는지, 계속 만들었는지는 잘 안 보였죠. 자료가 몇 나라와 한 언어에 치우치기도 했고, 장애 같은 중요한 정보는 아예 빠지거나 억지로 칸에 넣어야 했어요. 큰 사건이 터지면 이동과 촬영 자체가 바뀌어서, 작년 기준이 금방 낡아버리기도 했고요.
마지막 밤, 진행자분이 목록 만드는 도구만 탓하지 않으셨어요. 공고를 누가 듣는지부터, 초반에 누가 잘려 나가는지, 누가 위쪽에 보이는지, 그 뒤 반응이 다음 해를 어떻게 쓰는지까지 한 줄로 보셨어요. 얼굴과 영상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도구는 특히 격차가 커질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조용히 남기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