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바닥이 덜컹거리고, 벽엔 경로판 불빛이 쉴 새 없이 깜빡였습니다. 기사님들이 각 지점에서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고르기만 해도 경우의 수가 폭발합니다. 저는 ‘최고 경로’ 하나가 아니라, 같은 규칙책에서 나온 듯한 경로표 뭉치가 급했습니다.
예전엔 사무실 직원들이 “어떤 경로가 자주 나와야 하는지” 계산해 두고, 실제 경로표랑 맞춰 봤습니다. 근데 기사님 수와 지점 수가 커지니, 계산해야 할 경우가 너무 많아 손이 멈춥니다. 경로판이 커질수록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팀이 꺼낸 새 수는 ‘경로 문제’를 바꾸는 게 아니라, 창고를 굴리는 방식을 바꾸는 거였습니다. 바닥을 격자 칸처럼 나누고, 이웃한 레인 사이 문을 잠깐 열어 물건을 건네게 한 뒤 바로 닫았습니다. 동시에 여러 쌍이 잠깐씩만 만나니, 전체가 덜 엉켰습니다.
빨라도 엉망이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팀은 모든 경로를 다 확인하지 않고도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썼습니다. 뽑아 본 경로표 몇 장이 규칙책이 좋아할 만한 모양인지, 그냥 낙서처럼 랜덤인지 보는 겁니다. 완벽하면 점수가 높고, 완전 랜덤이면 낮습니다.
경로판이 너무 커져 직원들이 계산을 못 하게 되면, 팀은 일부 문을 닫아 창고를 둘로 갈라 더 작은 창고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작은 쪽은 아직 계산이 됩니다. 문을 조금만 닫은 ‘반쯤 연결’ 버전도 써 봤고, 그때 점수가 맞아떨어지면 큰 판으로 넘어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가장 빡센 설정에선 기사님들을 한꺼번에 여러 지점으로 보내고, 경로표를 짧은 시간에 잔뜩 뽑아냈습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느린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지점이 늘 때마다 생각해야 할 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입니다. 레인 사이 문이 자주 열릴수록 얽힘도 같이 늘어납니다.
퇴근 무렵, 저는 큰 사고 한 번에 무너지는 느낌이 아니라는 걸 봤습니다. 여기저기서 생긴 작은 실수들이 쌓이는 모양이었고, 기본 동작들의 실수율을 모아 전체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격자 바닥, 이웃 문을 켰다 끄는 손동작, 그리고 큰 판에서도 믿음을 쌓는 점수판이 한 묶음으로 돌아간 게 새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