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번진 팔찌 교환 기록, 그래도 길은 남아 있었어요
야시장 등불 아래에서 제가 팔찌 교환 안내를 맡았어요. 누가 누구랑 바꿨는지 공책에 적는데, 바람에 페이지가 넘어가며 몇 줄이 번져버렸죠. 그래도 교환 기록이랑 팔찌 모양을 같이 보면, 사라진 줄을 다시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근데 공책은 빈칸이 훨씬 많았어요. 대부분은 서로 한 번도 안 바꾸니까요. 교환 기록만 보면 근거가 약하고, 팔찌만 보면 사람 사이 흐름이 안 보였죠. 게다가 얇은 기록으로도 사람을 딱 한 모습으로만 정해버리기 쉬웠고요.
그래서 새로 한 건, 사람마다 속에 숨은 ‘그림자 프로필’을 하나씩 두는 거였어요. 진한 중심선은 가장 그럴듯한 모습, 주변의 흐릿함은 제가 얼마나 확신하는지였죠. 내 팔찌 느낌을 이웃에게 한 번, 그 이웃의 이웃에게 한 번 더 건네서 프로필에 섞었어요.
번진 페이지에서 두 사람이 교환했는지 볼 땐, 두 프로필이 같은 쪽을 향하는지 비교했어요. 비슷하면 가능성이 올라가고, 멀면 내려가요. 내 팔찌 단서가 묻히지 않게 ‘나 자신과도 한 번 연결된 것처럼’ 취급했고, 실제 교환이 너무 적어서 ‘알려진 교환’ 쪽에 더 무게를 줬어요.
재밌는 건, 흐릿함을 빼고 중심선만 쓰는 간단한 버전도 있었어요. 그 방식도 쓸 만했죠. 그래도 기록이 듬성듬성할수록, 흐릿함이 있는 쪽은 “잘 모르겠어요”를 솔직하게 남길 수 있었어요.
교환 연결이랑 팔찌 단서를 같이 쓰자, 공책을 다시 만들 때 진짜였을 법한 교환을 더 위로 올려놓기 쉬워졌어요. 팔찌 단서를 빼도, 교환 기록만 보던 예전 요령과 비슷하게 버텼고요. 등불 아래서 번진 줄을 보며, 저는 ‘모르겠음’까지 적어두는 기록이 더 믿음직하다고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