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화실의 비밀
아주 조용한 화실을 상상해 보세요. 선생님이 옆에서 "이건 꽃병이야", "저건 고양이야"라고 알려주는 대신, 견습생 혼자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배워야 하는 곳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 오직 앞서 나간 선배의 그림을 참고해서 따라 그려야 하죠.
훈련 방식은 숨바꼭질 같습니다. 선배는 풍경 전체를 보고, 견습생은 아주 작은 부분만 봅니다. 견습생은 그 작은 조각만 보고도 선배가 보고 있는 전체 그림의 느낌을 알아맞혀 그려내야 합니다. 일부만 보고 전체를 추측하는 연습이죠.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가 생깁니다. 둘 다 캔버스를 그냥 검은색으로 칠해버리면 그림은 완벽하게 똑같아지거든요. 서로 맞추기만 하면 되니까, 점수는 100점이겠지만 정작 무엇을 그렸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게으른 꼼수'가 통하는 겁니다.
이 꼼수를 막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세웁니다. 선배의 그림은 절대 흐릿하거나 단조로워선 안 되고, 선이 아주 뚜렷해야 해요. 기준이 명확하니 견습생도 요령을 피우지 못하고, 대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 그 '선배'는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견습생이 과거에 그렸던 그림들을 부드럽게 다듬어 만든, 조금 더 안정된 '어제의 나'였던 거죠. 결국 어제의 자신을 스승 삼아 배우는 셈입니다.
이렇게 과거의 자신과 끝없이 맞추다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물체의 테두리를 정확히 그려내기 시작한 겁니다. 배경과 사물을 스스로 구분하는 눈을 뜨게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컴퓨터가 인간처럼 이미지를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네모 박스를 쳐주지 않아도, 컴퓨터 스스로 수많은 이미지를 보며 무엇이 중요한 물체인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