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본 장면이 로봇의 눈이 될 때
작업등만 켜진 극장 뒤편에서 새 무대 진행 요원이 발을 멈춥니다. 반쯤 열린 서랍, 표시 위에 놓인 머그잔, 의자에 걸친 수건, 아직 제 상자에 못 들어간 가면이 보이죠. 이 공연은 처음인데도, 다른 팀이 일하는 영상을 많이 본 덕분에 뭘 옮기고 뭘 건드리면 안 되는지 금방 짚습니다.
로봇은 보통 이 첫눈이 약했습니다. 물건 사진은 많이 봐도, 손이 어디로 가고 서랍이 언제 닫히는지는 잘 못 배웠거든요. 무대 진행 요원에게 소품 사진만 쥐여 주고 어두운 무대 뒤를 바로 정리하라고 하는 셈이었습니다. 순서와 흐름이 비어 있던 거죠.
새로웠던 건, 로봇이 보는 법을 사람 시점 영상으로 먼저 익히게 한 점입니다. 같은 동작 안에서 가까운 장면들은 한 줄로 묶고, 멀리 떨어진 장면은 덜 가깝게 봤습니다. 짧은 말메모가 붙으니 벽 색보다 가면이 서랍으로 들어가는 변화 같은 핵심에 눈이 갔죠. 무대 영상은 사람 영상, 소품 메모는 말메모, 손안의 큐시트는 로봇 안의 짧은 장면 요약과 닮았습니다. 한마디로, 때와 뜻이 같이 들어가야 뭘 봐야 할지 배웠습니다.
이렇게 한 번 눈을 길들인 뒤에는, 새 일마다 보는 부분을 다시 뜯어고치지 않았습니다. 그 눈은 그대로 두고, 적은 시범만으로 팔과 손을 어떻게 움직일지만 익혔죠. 익숙한 눈을 가진 무대 진행 요원이 그날 큐만 새로 받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낯선 연습 환경들에서도 이런 눈이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쪽보다 훨씬 잘 맞았습니다.
뭘 빼면 가장 크게 흔들리는지도 드러났습니다. 말메모를 없앴을 때 성능이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움직임은 봤는데 지금 중요한 소품이 뭔지 놓치는 무대 진행 요원처럼, 머그잔을 잘못 밀거나 꼭 닫아야 할 서랍을 지나치기 쉬워졌죠. 그냥 영상을 많이 본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효과는 화면 속 연습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수선한 집 같은 공간에서도, 이 눈을 가진 로봇은 적은 안내만 받고 서랍을 닫고 물건을 놓고 머그잔을 밀고 수건을 접는 일을 더 잘했습니다. 완전히 새 길을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영상이 로봇에게 여러 일에 다시 쓸 수 있는 눈이 되어 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