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조명 스위치만으로는 이야기가 안 보일 때
소극장 드레스 리허설 중에 조명 콘솔이 비상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조명이 켜짐, 꺼짐만 되고, 몇 개만 밝기 조절 손잡이가 남았어요. 큰 말하기 기계를 작은 저장공간에 넣는 일도 딱 이 느낌입니다.
처음엔 전부 스위치로 바꾸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전기도 아끼고 선도 단순해지니까요. 근데 빠른 장면이 시작되자 얼굴이 납작해지고 손짓이 사라졌습니다. 안의 숫자를 전부 1비트로 눌러버리면, 단어가 아니라 생각의 균형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명을 똑같이 아끼지 않기로 했습니다. 꼭 필요한 몇 개만 밝기 손잡이를 남기고, 나머지는 스위치로 두는 거죠. 말하기 기계도 비슷합니다. 영향이 큰 숫자만 골라 더 자세히 남기면 되는데, 복잡한 점수로 고르나 큰 것부터 고르나, 거르는 목적에선 단순한 쪽도 꽤 잘 맞았습니다. 중요한 건 한 줄로 뭉쳐 있지 않고 전구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하나씩 찍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설치 다 끝난 뒤 다시 큐를 맞추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바꾸지 않고, 조명 묶음을 조금씩 바꾸면서 무대가 원래 장면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계속 체크했어요. 스위치가 된 조명도 그냥 켜는 게 아니라, 그 조명에 맞는 ‘켜짐 밝기’를 정해야 했습니다. 이런 식의 단계 조정이 대충 반올림하는 것보다 낫지만, 손잡이를 너무 적게 남기면 큰 장치일수록 금방 티가 났습니다.
리허설은 더 빠르게 돌렸습니다. 밝기 손잡이가 남은 조명은 아예 고정해 흔들리지 않게 하고, 스위치 조명만 반복해서 맞췄어요. 스위치 조명의 ‘켜짐 밝기’도 깔끔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예전 밝기를 대충 평균내면 원래 느낌을 가장 덜 깨뜨리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많은 반복 없이도 흐름이 꽤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런스루에서 관객석에 앉아 보니, 대부분이 스위치여도 줄거리가 다시 따라가졌습니다. 새로웠던 건 “전부 1비트면 충분하다”가 아니라, “몇 개 예외가 의미를 크게 떠받친다”는 인정이었어요. 덕분에 큰 말하기 기계를 더 작고 빠르게 다룰 길이 열리지만, 어디까지 줄일지는 아직 조심스럽게 밀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