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출입증을 찍는 사람과, 잡아내는 사람
사람 많은 길목에 작은 부스가 섰습니다. 거리 그림 그리는 분이 출입증처럼 보이는 종이를 찍어내고, 옆 친구는 진짜 출입증 뭉치를 들고 하나씩 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었습니다. 속이려는 쪽과 가려내는 쪽이 맞붙은 셈이지요.
어렵던 건 한 장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진짜처럼 보이는 잔잔한 특징을 다 맞추면서도, 특정 한 장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거였지요. 예전엔 일일이 따져 점수를 매기려 들거나, 여기저기 헤매듯 돌아가며 맞춰야 해서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방식은 역할이 딱 둘입니다. 찍어내는 쪽은 아무 의미 없는 낙서 같은 시작에서 출입증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가려내는 쪽은 그 종이를 보고 진짜 같아 보이는지 아닌지 느낌을 내놓습니다. 재밌는 건, 두꺼운 규칙책 없이도 그 느낌을 받아 다음 인쇄를 바로 고친다는 점입니다.
리듬도 분명합니다. 가려내는 친구는 진짜와 가짜가 섞인 더미로 눈을 키우고, 찍어내는 분은 그 반응을 보고 글자 굵기, 간격, 도장 위치 같은 어색함을 줄이게 손을 봅니다. 한마디로, 잡아내는 쪽의 반응이 곧 ‘어디를 고칠지’ 방향표가 됩니다. 가져갈 건 이거예요. 반응을 먹고 자라면, 규칙책 없이도 그럴듯함을 배웁니다.
처음엔 가려내는 친구가 너무 잘 맞혀서, 찍어내는 분이 멈칫할 때도 있습니다. 매번 퇴짜만 맞으면 뭐가 문제인지 감이 안 오거든요. 그래서 목표를 살짝 바꿉니다. ‘가짜로 들키지 말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말하게 만들기’로요. 그러면 고칠 힌트가 더 또렷해집니다.
잘 맞물리면 묘한 평온이 옵니다. 가려내는 친구가 더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진짜 더미와 찍어낸 더미가 섞여도 단서가 안 보이니까요. 근데 함정도 있습니다. 찍어내는 분이 우연히 통하는 한 가지 무늬를 잡으면, 그걸 계속 찍어내기 쉽습니다. 진짜는 가지가 많은데, 가짜는 한 가지로 쏠리는 거지요.
부스 앞을 보니 예전처럼 빙빙 돌며 맞추는 답답함은 덜해 보였습니다. 한 번에 찍어내고, 한 번에 걸러 보고, 그 반응으로 또 고칩니다. 규칙책을 들이밀지 않아도, 반응이 길을 알려 주니까요. 다만 진짜처럼 보이는 것과, 여러 가지로 나오는 건 다른 문제라서 둘의 힘이 균형을 잡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