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하나로는 새의 모양이 안 보였습니다
어두운 수리방 작업대에서 구겨진 종이 새 한 마리가 상자에서 나왔습니다. 상자는 새가 있던 자리만 말해 줄 뿐, 가는 목이나 휘어진 날개, 안쪽의 빈 틈은 말해 주지 못했지요. 장기 사진에 네모 표시만 남기는 일도 딱 이와 같습니다.
상자만 믿고 고치면 새는 금세 둔한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얇은 끝은 사라지고 비어 있어야 할 곳도 메워지지요. 곁에 붙은 천 조각까지 새 몸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장기도 비슷합니다. 모양이 섬세하고, 잘린 화면 안에서는 주변과 구분이 흐릴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감각을 더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장기의 생김새를 작은 점들로 기억해 둡니다. 종이 새를 구슬로 본뜬 틀을 옆에 두는 셈이지요. 지금 짐작한 모양도 점들로 바꿔 서로 맞춰 보니, 굽은 곳과 빈 곳, 가는 부분을 훨씬 잘 따라갑니다. 다만 전체가 다 보일 때만 온전한 틀과 견줍니다.
두 번째 감각은 흐린 밝기 대신 닮음을 봅니다. 처음엔 상자 안은 아마 맞다, 밖은 아마 아니다 정도로만 잡아 둡니다. 그다음 서로 비슷한 부분끼리 가까워지게 안쪽 지도를 만듭니다. 수리방에서 한 전구 아래 어둡기만 보지 않고, 종이의 결이나 뻣뻣함으로 같은 조각을 묶는 것과 같습니다.
이 두 감각은 따로 노는 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쓰면 훨씬 나았습니다. 닮음 감각을 빼면 성능이 내려가고, 모양 기억을 빼면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종이 새로 치면 겉모양만 보고 안쪽 살대를 잊었을 때 더 쉽게 뭉개지는 셈입니다. 안쪽 구조도 중요한 단서였다는 뜻이지요.
좋은 점은, 기존의 네모 표시 방식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빠르게 상자만 표시하고, 프로그램이 모양 기억과 닮음 감각을 보태면 됩니다. 그러자 흐릿하던 경계가 한결 또렷해졌습니다. 상자는 여전히 거칠지만, 이제는 새를 새답게 찾는 눈이 생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