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딱딱한 벽돌일까요, 젖은 진흙일까요?
앨리스는 조용한 작업실에서 축축한 진흙으로 그릇을 빚었어요. 그녀 눈에는 분명 완성된 그릇이 보이고, 손끝에는 차가운 감촉도 느껴지죠. 앨리스에게 이 그릇은 의심할 여지 없는 단단한 '진짜' 현실이에요.
하지만 방 밖에서 지켜보는 감독관의 생각은 달라요. 그는 방 전체를 흔들어 진흙을 다시 뭉개고, 앨리스의 기억까지 지울 수 있는 특별한 장치를 갖고 있거든요. 감독관 입장에서 그릇은 언제든 다시 흙덩이로 돌아갈 수 있는 '흐물흐물한 상태'일 뿐이죠.
참 이상한 상황이죠? 앨리스는 "난 분명 그릇을 만들었어!"라고 확신하는데, 감독관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라고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하나의 그릇을 두고 두 사람의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거예요.
이번엔 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방에 친구 밥이 있다고 상상해 봐요. 상식적으로 앨리스가 여기서 그릇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수천 킬로미터 밖의 밥에게 마법처럼 즉시 영향을 줘선 안 돼요. 각자의 방은 서로 독립적이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게 동시에 맞을 순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앨리스의 그릇이 절대적인 사실이면서, 감독관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고, 두 방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믿음. 이 셋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만 해요.
결국 우주가 마법처럼 연결된 게 아니라면, 우리는 낯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앨리스의 그릇은 그녀에게만 진짜였을 뿐, 우주 전체에겐 아니었다는 거죠. 현실은 모두가 똑같이 공유하는 딱딱한 벽돌이 아니라,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젖은 진흙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