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본이 층층이 몸속 그림을 돕는 법
박물관 작업실에서 전시물을 만들던 사람이 새 모양 본을 대고 선을 따고 있었어요. 납작한 판 하나로는 금방 끝나죠. 근데 이번엔 새가 투명한 장 여러 장에 나뉘어 들어왔고, 장마다 옅은 선이 조금씩만 보여서 손이 멈췄어요.
몸속을 찍은 그림도 딱 이 모습과 닮아 있어요. 사진 한 장은 납작하지만, 몸 전체를 보는 그림은 얇은 장이 층층이 쌓여 있거든요. 여기서 납작한 본은 이미 사진에서 경계를 잘 찾던 익숙한 눈이고, 투명한 장 더미는 층층이 쌓인 몸속 그림이에요. 한 줄로 말하면, 납작한 그림에서 익힌 감각도 잘 옮기면 층진 그림을 정리하는 데 쓸 수 있다는 뜻이죠.
첫 번째 길은 그 익숙한 눈을 그대로 믿는 쪽이었어요. 납작한 장은 그대로 보고, 층진 그림도 장마다 한 장씩 읽게 했죠. 대신 처음에 큰 밑그림을 한 번 더 훑어서 가는 선이 먼저 남게 했어요. 그래서 심장 초음파나 배 속 그림에서는, 작은 경계를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 손이 맞춰 본 수준에 가까이 갔어요.
두 번째 길은 층 전체를 한꺼번에 다루고 싶을 때 나온 생각이었어요. 투명한 장 더미를 먼저 한 장짜리 안내판처럼 눌러 모으고, 익숙한 납작한 본으로 길을 찾은 뒤, 그 도움을 다시 장마다 펴 주는 거예요. 뇌종양 그림에서는 이 방식도 꽤 단단하게 버텼어요.
세 번째 길은 더 과감했어요. 중간에 납작한 본을 잠깐 빌리는 대신, 아예 층을 읽는 새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납작한 본의 감각을 깊이 방향으로 차곡차곡 복사해 넣었죠. 얇은 판 하나를 같은 모양으로 포개 짧은 묶음을 만드는 셈이에요. 그래서 같은 뇌종양 그림에서도 안쪽의 까다로운 부분을 조금 더 잘 가르고, 끝내는 속도도 더 빨랐어요.
예전엔 납작한 본은 납작한 일에만 맞는다고 여겼어요. 근데 여기서는 길이 둘로 열렸죠. 하나는 층진 작업 안에 그 본을 넣어 같이 쓰는 길, 다른 하나는 그 본을 층으로 늘려 출발점으로 삼는 길이에요. 사람 손으로 다 표시한 층진 그림이 드문 자리에서, 이미 익힌 납작한 감각이 심장과 간, 뇌종양의 경계를 더 또렷하게 잡아 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