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라디오 부스의 네 마이크가 서로 싸울 때
동네 라디오 부스에서 진행자님이 책상 쪽으로 몸을 숙이시자, 가까이 붙은 작은 마이크들이 한꺼번에 숨을 쉬듯 소리를 주워 담습니다. 옆자리 손님 목소리, 창밖 오토바이, 벽에 부딪혀 길게 남는 울림까지요. 저는 다이얼을 잡고, 이 복잡한 방을 ‘한 사람 목소리’처럼 들리게 해야 합니다.
마이크가 여러 개면 한 개보다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대신 각 마이크가 조금씩 다르게 들은 차이를 잘 써야 해요. 보통은 셋이 섞여 들어옵니다. 배경 소리를 줄이기, 사람 목소리끼리 갈라내기, 방 울림을 짧게 만들기.
근데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맞혀야 하는 게 있습니다. 지금 어느 마이크가 진행자님을 가장 또렷하게 듣는지, 여러 마이크에 같이 묻어 있는 소음이 어떤 느낌인지요. 저는 미터를 훑어보며 ‘지금은 목소리, 지금은 잡음’ 같은 대강의 표식을 세우고, 그 표식에 맞춰 마이크들을 섞습니다. 정리 한 줄: 잘 섞으려면, 먼저 잘 짚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엔 규칙 대신 ‘익숙함’이 앞서갑니다. 예전에 수많은 녹음에서 배운 것처럼, 복잡한 소리를 보자마자 깨끗한 쪽으로 바로 밀어주는 방식이요. 방이 복잡해도 잘 먹힐 수 있지만, 처음 보는 소음이나 마이크 배치가 나오면 자신 있게 틀릴 때가 있습니다. 깨끗한 전후 짝을 많이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재밌는 건, 이 모든 걸 ‘두 덩어리’로 보면 길이 보인다는 겁니다. 먼저 상황을 맞히는 덩어리, 그다음 그걸 믿고 소리를 다듬는 덩어리요. 부스에선 똑똑한 보조가 순간순간 “지금은 이 마이크를 더 믿으세요” 하고 알려주고, 저는 그 힌트로 다이얼을 덜 헤매게 됩니다. 울림도 목소리 세기를 미리 짚어 주면 덜 반복하며 줄일 수 있고요.
끝까지 자동으로 가면, 보조가 힌트만 주는 게 아니라 섞는 선택 자체를 해버리기도 합니다. 근데 잡음이 일정한 ‘쉬익’ 소리면 단순한 섞기만으로도 꽤 잘 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 말소리나 웃음처럼 들쭉날쭉하면, 한 번에 정해지는 다이얼로는 부족할 때가 있어요. 저는 오늘도 미터를 보며, 규칙과 익숙함을 섞어 부스의 변덕을 견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