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망원경, 그리고 내 손안의 렌즈
깜깜한 밤, 조용한 천문대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거대한 망원경이 우주의 모든 별을 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손에는 작은 유리 렌즈가 하나 들려 있죠. 이게 바로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이 거대한 정보의 바다를 보려면, 내 렌즈를 망원경에 끼워야만 초점이 맞거든요.
렌즈를 끼우려는 순간, 셔터가 닫히며 앞을 막습니다. 기계가 제 렌즈를 스캔하더니 경고를 보내네요. 자세히 보니 유리가 살짝 휘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게 아니라,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빛을 꺾어버리는 '편견'이 섞여 있었던 거죠. 이대로라면 왜곡된 별만 보게 될 뻔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답을 이미 정해놓고 묻는 셈이었으니까요. 저는 기계의 신호에 맞춰 렌즈를 닦아내기 시작합니다. 울퉁불퉁한 곡선을 평평하게 다듬어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이죠. 질문이 깨끗하고 중립적이어야 비로소 정직한 대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다듬어진 렌즈를 끼우자 드디어 셔터가 열립니다. 밤하늘의 별뿐만 아니라, 빛이 렌즈를 통과해 거울에 닿는 경로까지 지도로 그려지네요. 내 질문이 시스템 속 정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 과정이 눈앞에 투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진실을 본다는 건 성능 좋은 망원경만 믿는 게 아니라는 걸요. 내 손에 쥐어진 렌즈가 깨끗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닦아내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더 똑똑한 답을 얻는 진짜 방법입니다.